개인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분들 중 상당수가 창업을 고민합니다. 단순히 생계를 위한 수단으로, 또는 신용 회복 이후 자립을 위한 디딤돌로 창업을 생각하는 분들이 많지만, 실제로 어떤 업종이 가능한지, 어떤 업종은 법적으로 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지에 대한 정보는 많이 부족한 편입니다. 이 글에서는 개인회생자라도 도전 가능한 업종, 피해야 할 업종, 그리고 창업 시 주의해야 할 부분에 대해 실제 사례와 제도를 기반으로 상세하게 안내합니다.
창업 자체는 가능하지만, 업종 선택이 성패를 가른다
우선 결론부터 말하자면, 개인회생자도 창업은 ‘가능’합니다. 국세청은 사업자등록 신청자에게 개인의 회생 여부나 신용 상태를 심사 기준으로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회생 절차 중이더라도 사업자등록은 가능합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현실적 제약’이 반드시 존재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자금 조달입니다. 회생자는 신용등급이 낮고 금융기관 대출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초기 비용이 많이 드는 업종이나 대출 의존도가 높은 사업 구조는 진입 자체가 어렵습니다.
또한 회생 중에는 일정한 수입을 법원에 보고해야 하고, 과도한 수익 발생 시 기존의 변제 계획이 변경되거나 법원의 간섭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단기간에 높은 수익을 내는 사업보다는,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이 가능한 구조를 선택하는 것이 더 안전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창업이 가능하냐의 문제가 아니라 ‘무엇으로 창업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회생자에게 적합한 업종: 소자본·무점포·기술기반 창업이 핵심
1. 온라인 무점포 쇼핑몰
스마트스토어, 쿠팡 파트너스, 네이버 블로그 마켓, 자체 쇼핑몰(카페24, 고도몰 등)은 회생자에게 가장 현실적인 업종 중 하나입니다. 초기 비용이 매우 적고, 장소나 직원 없이도 운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간단한 상품 소싱, 포장, 배송을 본인이 직접 할 수 있다면 초기 투자금 50~100만 원 수준으로도 시작이 가능하며, 수익이 발생해도 본인의 통장으로 정산되므로 세금 및 법원 보고에도 문제가 없습니다.
2. 재능 기반 1인 프리랜서
영상 편집, 디자인, 번역, 글쓰기, 일러스트, 전자책 제작, 온라인 강의 등 기술이나 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업종은 회생자에게 매우 유리합니다. 초기 자본이 거의 들지 않고, 수익이 발생하면 그에 따른 세금만 잘 신고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크몽, 탈잉, 숨고, 클래스101 등 플랫폼 기반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프리랜서도 ‘하나의 업’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또한 변제 계획 수립 시 일정한 소득으로 포함시킬 수 있어 유리합니다.
3. 방문형 서비스
방문 청소, 출장 세차, 반려동물 산책 대행, 방문 수리, 가정 요리 대행 등은 장비와 시간만 있으면 누구나 시작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특히 일정 장소가 필요 없고, 고객을 직접 찾아가 서비스하기 때문에 임대료나 점포 유지비가 들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고객 확보를 위한 초기 마케팅은 필요하지만, 온라인 맘카페, 지역 커뮤니티, SNS 등을 활용하면 비교적 저비용으로도 홍보가 가능합니다.
4. 정부 지원 연계 업종
서민금융진흥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중소벤처기업부 등에서 운영하는 창업 지원 사업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업종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역특산물 판매, 시니어 대상 IT 교육, 취약계층 대상 사회서비스 등은 보조금, 컨설팅, 공간 대여 등을 받을 수 있으며, 개인회생자도 일정 조건 충족 시 참여가 가능합니다. 특히 ‘재도전 창업’ 항목은 실패 경험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구조이므로 회생자에게도 충분한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회생자가 피해야 할 업종: 법적·현실적 장벽이 높은 분야
1. 금융, 보험, 부동산 중개업
이 분야는 대부분 자격증을 필요로 하며, 자격증 취득 자체가 회생자로서는 매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보험 설계사, 펀드매니저, 대출 브로커, 부동산 중개보조원 등은 금융거래 신용이 전제되는 직업으로, 회생 또는 신용회복 기록이 있으면 취업 제한 또는 실무 제한이 발생합니다. 또한 이 업종들은 고객에게 ‘신뢰’를 바탕으로 영업해야 하는데, 신용불량자 이력은 신뢰 확보에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2. 프랜차이즈 외식업
카페, 치킨집, 분식점 등은 많은 분들이 도전하는 분야지만, 회생자에게는 추천되지 않습니다. 초기 창업비용이 적게는 3000만 원, 많게는 1억 원까지 들며, 권리금, 인테리어, 보증금 등도 감당해야 합니다. 금융기관 대출이 어려운 회생자에게는 너무 큰 부담이고, 외식업은 초기 수익이 안정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며, 재료비, 인건비, 월세 등 고정비가 많아 한 번의 실패가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3. 사행성·비윤리적 업종
도박 관련 플랫폼 운영, 유흥업소, 불법 리딩방, 유사 투자자문업 등은 법적으로 사업자등록 자체가 불가하거나, 회생자 신분으로 운영할 경우 회생 취소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법원은 변제 계획 이행 과정 중 '비윤리적 사업 활동'이 포착될 경우 회생을 무효화할 수 있으며, 심각한 경우 형사고발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4. 과도한 수익 기반 플랫폼 업종
유튜브 광고 수익, PPL 인플루언서, 리셀 플랫폼 운영 등은 단기 고수익이 가능하지만 수익이 불규칙하고, 월별 변동폭이 커서 회생자의 변제 계획에 혼선을 줄 수 있습니다. 수익이 갑자기 많아질 경우 법원에 보고 의무가 생기며, 기존의 변제금 산정 기준이 바뀌게 되므로 예기치 않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창업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할 3가지 체크리스트
1. 사업자등록 전 법원 보고 필요 여부
회생 절차 중 창업을 계획 중이라면, 먼저 법원에 해당 사실을 보고하고, 변제 계획에 반영될 수 있도록 승인 절차를 거치는 것이 좋습니다. 고의적으로 수입을 은폐하거나 무등록 영업을 하게 되면 회생 취소의 사유가 됩니다.
2. 초기 투자금 조달 계획
자금을 어디서 조달할 수 있을지, 정부 보조금이나 소액 대출이 가능한지 사전에 확인해야 합니다. 서민금융진흥원 미소금융, 신용회복위원회 창업자금 상담, 지역 신협·새마을금고의 비은행권 대출 등을 비교 분석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3. 수익 발생 후 정산 구조
수익이 발생했을 때 본인의 계좌로 정산되는 구조인지, 세금 신고가 가능한지 등도 중요합니다. 현금거래 위주 업종은 추후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카드 결제 또는 온라인 정산 구조가 갖춰진 업종을 선택하는 것이 회생자에게는 더 안전합니다.
결론: 회생자도 창업할 수 있다. 단, 전략이 있어야 한다
개인회생자는 창업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다만 창업이 허용된다는 사실만 보고 무계획하게 도전하면, 오히려 변제 계획에 차질을 주고, 회생 실패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무엇을 하느냐’, 그리고 ‘어떻게 준비하느냐’입니다. 초기에는 리스크가 낮고, 자본이 적게 들며, 수익 구조가 명확한 업종부터 시작해 경험을 쌓고, 이후 차근히 성장해 나가는 것이 회생자 창업의 가장 이상적인 루트입니다. 정부의 지원제도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으니, 창업을 단순한 도전이 아닌 회복의 전략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지금 당장 대단한 사업을 하려고 하기보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부터 하나씩 실행해보세요. 회생자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