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신용불량자’라는 단어가 낙인처럼 따라다녔지만, 이제는 '개인회생'이라는 법적 제도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특히 20~30대 젊은 층의 개인회생 신청이 최근 급증하고 있으며, 그 안에는 진정한 회생이 필요한 사람들과 동시에 제도를 악용하거나 편법으로 활용하려는 이들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후자의 존재로 인해 제도의 신뢰성과 지속 가능성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청년층의 개인회생 악용 실태, 지금부터 깊이 있게 들여다보겠습니다.
1. 부채가 일상이 된 세대, 너무 일찍 빚을 배운 2030
지금의 20~30대는 이전 세대와는 다른 재정 구조 속에서 자랐습니다. 대학 등록금은 수천만 원에 달했고, 장학금보다 학자금 대출이 더 보편화되었습니다. 취업 시장은 IMF 이후 가장 혹독했고, 비정규직과 단기근로는 일상이 되었으며, 주거비·물가·이자율은 그 어떤 시기보다 급격히 상승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청년들은 ‘신용’을 당연한 생활 수단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월세 보증금 마련을 위한 대출, 생계비 충당을 위한 카드론, 투자 유행에 편승한 암호화폐·주식·P2P 투자까지. 이 모든 과정은 ‘빚의 축적’이었고, 결국 회생이라는 선택지로 몰린 사람도 많아졌습니다.
문제는 그 중 일부가 이 제도를 ‘정당한 절차를 밟는 부채 해결 수단’이 아닌, ‘빚을 없애는 편리한 수단’ 정도로 여기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법원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체 개인회생 신청자 중 2030세대의 비중은 약 35% 이상이며, 이 중 상당수는 신용카드, 비트코인 투자, 리볼빙 남용, 고가 전자기기 할부 등 불필요하거나 고위험 소비로 인한 채무였습니다.
2. 회생은 제도다, 하지만 제도는 태도에 영향을 받는다
법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합니다. 개인회생은 그 본질적으로 재기의 기회를 제공하는 사회적 안전망입니다. 하지만 그 의도가 ‘처벌 없는 탕감’, ‘빚을 잘라주는 마법’이라는 식으로 흐르기 시작하면, 결국 제도는 흔들립니다.
서울 회생법원에서 실제 접수된 사례 중, 20대 후반의 A씨는 단 1년 만에 3,500만 원의 채무를 만들고 회생을 신청했습니다. 내용은 대부분 ‘단타 주식 투자 손실’과 ‘신용카드 과소비’였습니다. 그는 법원에 소득을 일용직으로 축소 기재했고, 부모 명의의 자산을 고의로 누락했으며, 부양가족을 과다 기재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조사 과정에서 허위가 드러났고, 면책은 취소되었습니다.
다른 사례도 마찬가지입니다. 30대 초반 B씨는 과거 회생으로 면책을 받은 이력이 있음에도, 단기간 내 또다시 과도한 채무를 지고 재신청을 하였습니다. 그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소득은 월 120만 원이지만, 고가의 차량과 명품 소비 내역이 다수 발견되어 법원은 회생이 아닌 고의적인 회피로 판단하고 기각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처럼 반복적인 남용과 허위 자료 제출은 제도 자체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나아가 정말 필요한 청년들까지 의심받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3. ‘회생 꿀팁’? 커뮤니티와 브로커가 만든 회색지대
요즘 회생 신청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가장 먼저 찾는 곳은 법률사무소가 아닌 ‘인터넷 커뮤니티’입니다. SNS, 블로그, 유튜브, 네이버 지식인, 익명 커뮤니티 등에는 ‘회생 성공 후기’라는 이름 아래 각종 조작 및 편법이 공유되고 있습니다.
“가처분소득 줄이려면 휴대폰 요금 높게 잡아라.” “차는 동생 명의로 돌려놔야 걸리지 않는다.” “가상화폐는 조회 안 되니까 거기에 묻어라.” 이런 말들이 실제로 회생을 준비하는 청년들 사이에 퍼지고 있으며, 일부는 브로커가 의도적으로 퍼뜨리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특히 회생 전문 컨설팅 업체를 자처하는 브로커는 청년층의 정보 취약성과 절박함을 악용합니다. 이들은 정식 자격 없이 소셜 미디어에서 ‘상담’을 명목으로 접근한 뒤, 몇십만 원에 회생 서류를 작성해주고, 허위 기재까지 종용합니다. 문제는 이렇게 작성된 신청서가 기각되거나, 인가 후 면책 취소되더라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법원에서도 최근에는 ‘브로커 개입 정황이 있는 사건’에 대해 심사 단계를 늘리고 있으며, 허위 기재가 드러나면 형사 고발까지 검토하고 있습니다.
4. 청년이 진짜 회생하려면 갖춰야 할 것들
청년층의 회생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선 ‘기술적인 전략’보다 ‘태도적인 정직함’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법원은 2024년부터 2030세대 신청자의 생활 기록을 더욱 면밀히 검토하고 있습니다. 소득 흐름, 소비 습관, 채무 발생 경위, 통장 입출금 기록, 가족 재정 분리 여부 등 디테일이 중요해졌습니다.
가장 먼저 필요한 건 ‘현실 인식’입니다. 단기적인 투자 손실이나 유행 따라 한 소비로 인한 빚을 사회가 모두 책임질 수는 없습니다. 또한 회생은 ‘빚을 없애는 버튼’이 아니라, ‘다시 시작하기 위한 다리’입니다. 그 다리를 건너기 위해선 최소한의 진정성, 그리고 구체적인 회생 이후 계획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는 ‘정당한 경로’입니다. 회생은 변호사를 통해 정식으로 절차를 밟는 것이 원칙이며, 자격 없는 브로커나 컨설팅 업체를 통한 우회는 결국 모든 책임이 신청자 본인에게 돌아옵니다. 정보를 얻기 위해 커뮤니티를 활용하는 건 좋지만, 결정을 내릴 땐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입니다.
5. 결론: 제도가 살아남으려면, 사용자도 달라져야 한다
개인회생은 청년을 위한 제도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정직하게 살아보려는 사람’을 위한 것이지, ‘빚도 전략’이라 말하는 사람을 위한 건 아닙니다.
제도는 태도에 따라 의미가 달라집니다. 우리가 회생을 진심으로 필요로 하는 청년을 돕고 싶다면, 지금 당장 제도 안에서의 거짓과 왜곡을 걷어내야 합니다.
청년의 회생이 단순한 빚 탕감이 아니라, 삶의 재설계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 첫걸음은 언제나 ‘정직함’에서 시작됩니다.